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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다락의 서재

움베르토 에코의 『제0호』

움베르토 에코의 마지작 소설 0

 

1992년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재력가인 비메르카테가 창간 준비 중인 신문 도마니0예비판을 만들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시종일관 사람들의 눈을 속이고, 사실을 왜곡하며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나쁜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주인공인 콜론나는 고리타분한 대학의 분위기에 식상해 학위를 포기한다. 독일어 번역, 가정교사를 거쳐 지방 신문들에 순회 공연 극단에 관한 기사나 극평을 쓰는 싸구려 글쟁이로 살았다.

 

언젠가는 책을 한 권 써서 부와 영광을 얻겠다는 꿈을 가지지만 대필 작가 노릇을 하기도 한다. 다른 작가의 문체를 흉내 내며 글을 쓰다 보니 더 이상 자신만의 글을 쓸 수가 없어졌다그래서 글쓰기를 포기하려고 할 때 시메이라는 사람의 대필을 의뢰받는다.

 

그가 의뢰한 책은 창간하기로 해놓고 끝내 창간되지 않을신문을 내기 위해 1년 동안 준비하면서 겪은 일에 대한 것이다. 물론 저자는 의뢰인이고, 그의 의도와 방향대로 콜론나는 대필만 하게 된다.

 

신문사주인 비메르카테는 지방 TV채널을 소유하고 있고 다수의 잡지를 발행하고 있다. ‘0라는 이름으로 창간 예비 판을 만들어 장차 어떤 것도 가리지 않고 진실을 말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 진실의 목적은 순수한 저널리즘이 아닌 금융계와 정계의 거물들을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것만 보여주고 신문 발행을 포기함으로써 그들만의 세계에 들어갈 자격을 얻고자함이다.

 

반면에 주필 시메이는 발행인의 의도대로 1년간 일을 하지만 자신은 어떤 압력에도 굴복하지 않는 모범적인 저널리즘 구현하는참 언론인으로 묘사하는 책을 낼 계획이다. 그래서 콜로나는 주필 시메이를 위해 실제로 신문사에서 벌어진 일과 다르게 이야기를 지어내야만 한다.

 

각기 다른 성향의 신문이나 잡지에서 성공하지 못한 기자 6명과 데스크 콜론나’, 주필 시메이가 창간 예비판 0을 만들기 시작한다. 결국은 발행되지 않을 신문의 0예비판을 만들기 위해 그들은 어떻게 하면 특종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연구하고 토론한다.

 

이 소설에 나오는 신문 기자는 진정한 저널리즘의 구현을 위해 정의와 진실을 추구하지 않는다. 오로지 독자의 이목을 끌기 위해 갖가지 음모론과 상상을 조합해 뉴스를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보도할 뉴스를 만들어 간다.’

 

소설의 배경은 1992년 이탈리아이지만 가짜 뉴스가 쏟아지고, 황색 저널리즘이 판치는 우리 사회를 보는 것 같다.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할 때 대중의 눈은 쉽게 가려진다. 이를 정확히 파고드는 작가 움베르토 에코의 풍자는 올바른 저널리즘에 대한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