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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다락의 육아일기

아이가 듣고 싶은 말

듣고 싶은 말, 전하고 싶은 말


학부모 공개수업 참여를 알리는 가정통신문을 받았다. 작년에는 입학하고 첫 공개수업이라서 관심이 많아 바빠도 참석했었다.


하지만 올해는 잠시 조퇴해서 나와 1시간 수업을 보러 아이 학교에 가는 것이 부담스러워 조금 망설여졌다. '바쁜데 꼭 갈 필요 있을까?'


공개수업에 꼭 와야 한다는 아이의 성화에 출근하지 않고 공개수업 시간에 맞춰 학교로 향했다. 학교에 도착하니 이미 수업은 진행되고 있었고, 먼저 온 학부모들도 교실 안에 빙 둘러서 있었다.

 

비집고 들어가면 수업에 방해될까봐 어쩔 수 없이 복도에 서서 열린 창문으로 수업을 지켜봤다. 작년에 공개수업을 볼때는 학교랑 교실 구경하며 신기해했는데, 이젠 익숙해져서 별 감흥은 없었다.


단지, 아빠가 보러왔다는 아이의 눈도장이 필요했다. 그래서 아이를 뚫어져라 쳐다봐도 아이는 선생님만 바라보고 날 보지 못했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을 스티커에 쓰고, 가슴에 붙이라고 하셨다. 그런 다음 아이들이 일어서서 돌아다니면서 다른 아이의 가슴에 붙은 스티커를 보고 서로에게 말하도록 했다.


아이들은 "게임 계속해", "TV 오래 봐도 되". "스마트폰 많이 봐" 등등 평소에 하고 싶은 것을 듣고 싶은 말로 적었다. 막상 우리 아이는 뭐라 적었는지 잘 안보였다.  


주변에 서있는 다른 엄마, 아빠의 시선 때문인지 아이는 작은 목소리로 친구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말해줬다. 서로에게 듣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아이들은 자리에 앉았다.


이번엔 아이가 선생님이 되어 엄마, 아빠에게 팔지를 만드는 것을 가르쳐주는 시간이었다. 복도에 서있다 조용히 교실로 들어가 아이 곁으로 갔다. 


공개 수업 시작할 때 아빠가 없어 안 온 줄 알았던 아이는 아빠를 보고 표정이 한없이 밝아졌다. 신나게 색종이로 하트를 접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선생님은 팔지를 다 만든 다음 하트모양에 서로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을 쓰라고 하셨다. 그 때 아이의 가슴에 쓴 듣고 싶은 말이 눈에 들어왔다. 


"잘했어"


별 생각 없이 조금만 뭘 못해도 "9살이면서 이것도 못해"라는 말을 쉽게 했던 거 같아 순간 너무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아이에게는 상처가 되었던거 같다.


그런데 아이는 못난 아빠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을 예쁘게 하트모양 색종이에 썼다. 


"아빠 항상 힘내요. 내가 있잖아요"


나도 아이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 평소에 잘 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자주 해줄 말을 적었다.


"잘했어  잘하고있어 잘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