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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다락의 육아일기

아빠, 은니가 빠졌어요

치과 치료는 아이도 어른도 힘들다


아이가 5살이었을 때였다. 3달에 한 번은 충치예방을 위해 아이를 어린이 치과에 데리고 갔다. 그런데 충치가 깊숙이 생겨 신경치료 후에 은니를 5개 정도 씌워야한다고 했다. 그런데  아이가 어려 수면 마취를 해야 한다고 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 결국 아이가 울거나 움직이면 치료하기 힘드니 쉽게 수면 마취를 권하는 것 같아 다른 치과를 알아보았다.


아이와 같은 어린이 집에 다니는 친구의 엄마가 치과에서 일하는 분이 있어 좀 멀지만 그 곳으로 가기로 했다. 어린이 치과가 아니었지만 친분이 있는 엄마가 일하는 치과라 믿을만할 것 같았다. 그 치과에서도 아이 치아를 검사해본 결과 충치 때문에 신경치료를 하고 은니를 씌워야한다고 하셨다. 하지만 수면 마취하지 않고 최대한 치료해보겠다고 하셔서 5살 아이에게 잘 참아보자고 달랬다.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해 자주 병원도 다니고, 입원도 했다. 그래서 주사바늘이나 병원 분위기에 겁먹거나 하지 않는다. 하지만 치과에서 나는 소리와 분위기에 울지는 않았지만 긴장한 표정으로 진료의자에 누웠다. 코로 숨 쉬며 입을 계속 벌리고 있기가 5살 아이에게는 너무 힘들어 신경치료부터 어려웠다. 지금도 그렇지만 아이는 아빠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힘들어도 씩씩하게 잘 참았다. 그리고 치과의사 선생님은 계속 구역질을 하는 아이를 끈질기게 달래고, 때론 기다리며 천천히 치료해주셨다.


은니를 씌워야할 충치가 많아 한 번에 다 끝내지 못하고 몇 번 더 방문했다. 친절하신 치과의사선생님 덕분에 수면 마취를 하지 않고는 못할 거 같았던 아이의 치과치료를 무사히 끝냈다. 다시는 이렇게 힘든 치료를 받지 않으려면 양치를 잘 해야 하고, 사탕이나 젤리도 많이 먹지 않기로 아이랑 약속했다.


은니가 빠져 병원가다


그렇게 은니를 씌우고 3년이 지났다. 친구에게 받은 딱딱한 젤리를 먹던 아이가 갑자기 입에서 뭔가를 꺼냈다. “아빠, 은니가 빠졌어요.” 빠진 은니에 구멍이 나 있었다. 아마도 그 동안 딱딱한 것을 먹다보니 닳아서 구멍이 난 것 같았다.


빠진 은니를 종이컵에 넣어서 은니 치료를 한 치과에 아이를 데리고 갔다. 예상했던 대로 그냥 은니가 빠졌으면 끼우기만 하면 되는데 닳아서 다시 사용하기는 어렵다고 하셨다. 새 은니를 끼워야한다는 말에 5살 때처럼 어려울까봐 긴장했다. 하지만 딱 한번만 구역질을 하고 쉽게 치료를 받았다. “역시 초등학생 언니라 다르네.”


은니가 안 빠졌으면 깨진 부분에 충치가 생길 수도 있어서 차라리 빠진 게 잘 된 것 같다. 유치부터 관리가 잘 되어야 한다고 해서 아이의 치아 관리에 아무리 신경을 써도 참 힘들다. 음식을 먹으면 바로 양치하도록 습관을 들여도 충치가 생기곤 한다. 방법은 정기적으로 잊지 않고 치과를 방문하는 것 밖에는 없는 것 같다.


딱딱한 거 먹지 말고, 단 거 먹으면 바로 양치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이에게 폭풍 잔소리를 쏟아냈다.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10월의 토요일에 이렇게 치과 갈 계획은 없었다. 대신 인천대공원에 가서 단풍 구경 가서 놀려고 했었다. 하지만 에서 먼 치과를 다녀와서 다시 인천대공원에 가기엔 나랑 아이도 지쳤다. 그래서 아쉬움을 달래려 집근처 지하철 역 주변에 붉게 물든 가로수 길을 걸으며 예쁜 낙엽도 줍고 사진도 찍었다.